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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캐나다] 행복한 아이가 잘 자란다.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작성일 2013-12-24

<캐나다 이민 후기>

11년 전 한국땅을 떠날 때 우리 아이들이 10살, 5살이었으니 내 나이 서른 일곱에 남편은 막 직장을 그만둔 젊디젊은 마흔이었다. 친정 부모님과 눈물바람을 하고 올라탄 비행기 안에서 철없는 아이들이 “야, 신난다. 우리 이제 캐나다에서 사는 거야?”하고 물을 때 남편 얼굴에 오가는 비장함과 막막함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모든 것이 낯선 미지의 땅에 정착해 살아야한다는 두려움.


힘들 때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다는 믿음으로 이민 초창기 시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막막하게  떠나왔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별나게 고집스럽고 장난끼 많은 큰 아이는 한국에 있을 때 참 키우기가 힘들었다. 소위 잘나가는 강남이라는 곳에서 열 살이 되도록 학원이 아닌 놀이터에서만 놀고 있으면 자연스레 왕따의 처지가 되고 영어학원이라도 보내려다 보면 매일같이 가기 싫어하는 아이와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왜 애를 그렇게 놀려요?”하는 이웃엄마의 참견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이건 아닌데’ 수없이 되뇌인 혼잣말에 책임이라도 질듯이 어느 날 남편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우리 가족의 이민 계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침 남편도 회사일에 지쳐 쓰러질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가족 모두 함께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민 생활 중에 다른 어떠한 힘겨운 일들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얻은 자유로움과 행복감 때문이었다. 특히 사고뭉치 장난꾸러기였던 큰 아이는 초록빛 드넓은 풀밭에서 매일 공을 찰 수 있었다. 엄격하지만 커다란 틀 안에서 각자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학교의 분위기는 정말 우리 아이에게 ‘딱’이었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한국에서 선생님으로부터 학습부진아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큰 아이는 밴쿠버에 온 지 채 1년도 안 되어 수학을 잘 하는 아이, 집중력이 좋은 아이로 선생님의 평가를 받았다. 영국계로 머리가 샛노란 큰 아이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연달아 6학년 때도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안되는 영어로 면담이라도 하게 될 땐 ‘괜찮다’고, 선생님 자신도 ‘이민 3세’라고 ‘케빈(큰 아이 영어이름)은 그렇게 치면 아주 휼륭하게 잘 해내고 있다’고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감동이었다. 아이는 격려의 말과 함께 잘 커가고 있었고 행복해 했다. 남편도 나도 아이를 바라보면서 행복했다.


안정감을 찾은 큰 아이는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에 가서도 각종 스포츠를 즐기고 밴드는 물론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로도 활약했으며 매번 우등상을 받아왔다. 그리고 12학년을 졸업하면서 캐나다 맥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한다고 하는데 캐나다의 경우는 훨씬 부담이 없고 수월한 편이다. 캐나다에서 알아주는 좋은 대학(예를 들면 맥길대, 토론토, 워털루공대, 브리티시콜롬비아대)에 입학하려면 12학년 때 성적을 잘 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장학금을 받고 싶다면 11학년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입학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마지막 학년 성적이 중요하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공부 스트레스가 덜하고 물론 사교육도 크게 필요없다. 우리 큰 아이도 학교 공부만 잘 따라가면서 12학년 성적관리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만약 한국에서 입시를 치렀다면 서울에 있는 대학 문턱이나 밟아볼 수 있었을까? 왠지 그런 의문이 든다. 무엇이 다른 점이었을까? 같은 아이인데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자라는 것과 캐나다에서 자라는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한국식 교육, 서양식 교육 뭐 이런 걸 비교하고 싶진 않다. 두 곳 다 살아보며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얘기 한다면 그냥 ‘행복한 아이가 잘 자란다’는 말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밴쿠버에서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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